들어가며
성범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되면 대부분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
문제는 그 말이 하나의 문장이라는 점입니다. 반면 고소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소장에는 여러 개의 장면이 들어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자리에 함께 있었고, 어떤 연락을 주고받았는지가 서로 다른 사실로 나열됩니다.
하나의 부인으로는 열 개의 주장에 답할 수 없습니다.
1. 고소장은 '쟁점의 묶음'입니다
실제로 수행한 사건에서, 고소 내용을 하나씩 갈라 보니 열다섯 개의 서로 다른 주장이었습니다.
- 특정 장소에서의 행동
- 특정 대화에서 오간 말
- 회식 자리에서의 정황
- 사진 촬영에 관한 것
- 업무상 지시·평가 관계에 관한 것
- 사적인 자리에 동행했는지 여부
각 항목은 증명해야 하는 사실이 다릅니다. 어떤 것은 대화 기록으로, 어떤 것은 통화 녹음으로, 어떤 것은 근무 기록으로 답해야 합니다. 그래서 하나씩 나누어 대응했습니다. 항목마다 별도의 정리 자료를 만들었습니다.
다만 주장이 여러 개인 사건에서는, 답도 여러 개여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습니다.
2. 기록은 사건 전에 만들어진 것이 강합니다
수사를 받게 된 뒤에 만든 자료와, 그 전부터 있던 자료는 무게가 다릅니다.
이 사건에서 쓴 것들입니다.
- 메신저 대화 원본 — 사건 전후의 대화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 통화 녹음 — 당사자 사이의 실제 대화
- 업무 관련 기록 — 두 사람이 어떤 업무 관계에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자료
- 관련 법령·규정 — 그 업무에서 무엇이 정상적인 절차였는지
불리해 보이는 대화를 지우면, 유리한 맥락도 함께 사라집니다. 전체 대화가 있어야 앞뒤 맥락을 보일 수 있습니다.
3. 수사 단계에서 끝내는 것의 의미
형사 사건은 불송치·불기소로 끝나는 것과 재판까지 가는 것이 완전히 다릅니다.
재판으로 넘어가면 시간과 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그래서 수사 단계에서 얼마나 정리해 두는가가 중요합니다.
앞서 말한 사건은 불송치로 종결됐습니다. 경찰 단계에서 자료를 정리해 제출한 것이 그 과정에 있었습니다.
사건마다 사실관계가 다르고, 같은 자료도 다르게 평가됩니다. 다만 정리해서 낼 것이 있는가와 없는가는 다릅니다.
4. 조사 전에 하지 말아야 할 것
- 혼자 판단해서 진술 방향을 정하는 것 — 한 번 한 진술은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 — 2차 가해나 회유로 읽힐 수 있습니다
- 자료를 지우는 것 — 앞서 말한 이유입니다
- "기억나지 않는다"로 일관하는 것 — 확인 가능한 사실까지 부인하면 신빙성을 잃습니다
맺음
성범죄 사건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당사자 두 사람만 아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남아 있는 기록이 사실상 유일한 근거가 됩니다.
조사를 받기 전에, 무엇이 남아 있는지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같은 쟁점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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