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이름만 빌려줘. 책임은 내가 다 질게."
가까운 사람이 이렇게 말하면 거절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그 사람이 책임지겠다는 약정서까지 썼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약정서는 누구에게 효력이 있을까요.
실제로 있었던 일
의뢰인은 냉동설비 공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인이 재정 사정 때문에 자기 이름으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며, 거래처와 계약하고 납품할 수 있도록 사업자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의뢰인은 승낙했습니다. 그때 두 사람은 "공사 하자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지인이 부담한다" 는 약정을 했습니다.
지인은 그 명의로 계약을 맺고 저온저장고 설치를 마쳤습니다.
그리고 사고가 났습니다.
설치한 설비에 하자가 생겨 저장고에 보관하던 물건이 전부 얼어버린 것입니다.
청구서는 누구에게 갔나
피해 업체는 보험으로 손해를 메웠습니다. 그러자 보험사가 명의자인 의뢰인을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의뢰인은 그 공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설치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계약상 사업자는 의뢰인이었습니다.
의뢰인은 패소했고, 강제집행까지 당해 구상금을 전부 물어냈습니다.
"책임은 내가 진다"는 약정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일 뿐입니다. 거래처나 보험사는 그 약속을 알지 못하고, 알 필요도 없습니다. 밖에서 보면 사업자는 명의자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했나
의뢰인이 남의 책임을 대신 갚은 상태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돈을 지인에게서 돌려받아야 합니다.
정리한 것은 이렇습니다.
- 지인이 의뢰인의 명의를 빌려 거래처에 납품한 사실
- 지인이 온도조절기를 부주의하게 설치해 동결 사고가 난 사실
- 명의를 빌려줄 당시 "하자 책임은 지인이 전부 진다" 는 약정이 있었던 사실
- 의뢰인이 보험사에 실제로 구상금을 지급한 사실
법원은 지인의 설치 잘못으로 사고가 났음을 인정하고, 의뢰인의 청구를 전부 받아들였습니다.
남는 것
첫째, 명의를 빌려주면 책임은 일단 명의자에게 옵니다.
안에서 어떤 약속을 했든, 밖에서는 명의자가 사업자입니다. 먼저 물어주고, 그 다음에 되받아야 합니다. 순서가 그렇습니다.
둘째, 그래도 약정서는 써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되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그 약정입니다. 약정이 없었다면 되받는 것도 훨씬 어려웠을 것입니다.
약정서는 밖을 막아주지 못하지만, 안에서 정산할 때 근거가 됩니다.
셋째, 되받는 것은 별도의 소송입니다.
강제집행을 당하고 끝이 아닙니다. 그 다음 절차가 남아 있습니다.
맺음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은 대개 가까운 사람에게서 옵니다. 그래서 거절하기 어렵고, 문제가 생기면 관계까지 함께 무너집니다.
이미 빌려주셨다면, 약정서와 자금 흐름 기록을 지금이라도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같은 쟁점이라도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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